[한경에세이] 이로운 줄타기

입력 2019-08-22 18:16   수정 2019-08-23 00:06

세계질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패권경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상징되는 유럽연합(EU)의 위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시각차가 드러나고 있다. 토머스 라이트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몇 년간 세계가 통합을 향한 수렴의 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경쟁과 고립주의 시대를 열었다”고 말했다. 2차 세계대전과 냉전을 거치면서 형성된 통합적 세계질서가 약화되고 고립과 경쟁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주장이다.

세계질서가 불안정할수록 국가는 외부적 영향에 더욱 크게 노출된다. 지리적 위치에 따라 한 나라의 명운이 결정되기도 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기자 출신 작가인 팀 마셜은 <지리의 힘>에서 지리가 개인의 운명, 세계사, 세계경제를 좌우했다고 역설했다. 우리나라의 지리적 요인은 어떠한가. 유라시아 동쪽 끝단 반도국이다.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는 직접 중국,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고, 대한해협을 건너면 일본이 있다. 또 태평양을 건너면 미국이 있다.

지리적 요인에 따라 한반도 역사는 요동쳤다. 대륙세력은 해양으로 진출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침략했다. 원나라는 고려를 거쳐 일본까지 출병하길 원했다. 반면 해양세력은 대륙 진출 발판으로 우리나라를 인식했다. 일본 제국주의는 청나라, 러시아 등 대륙세력을 꺾고 이른바 대동아공영권을 구축하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또한 일제 36년의 식민지 역사를 경험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대동아공영권의 망상에 젖어 평화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배제한 것이다.

한반도는 세계에서 가장 복잡하고 위험한 지정학적 위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한국의 지정학적, 전략적 가치가 높이 평가되기도 한다. 라몬 파르도 벨기에 브뤼셀자유대 한국학 석좌교수는 최근 미국 정치매체 더힐에 “한국이 인도·태평양 열쇠를 쥐고 있다”고 기고했다. 요약하면 미국이 주도하는 이른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OIP)’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지원과 도움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구한말 서구열강의 침탈 끝에 조선은 일제 식민지로 전락했다. 지정학적 한계를 지혜롭게 극복할 전략도 없고, 사분오열했기 때문이다. 한반도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가치를 전략적 자산으로 평가하고 이를 극대화할 수 있는 치열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한국이 세계질서의 불확실성 속에서 ‘위험한 줄타기’가 아닌 ‘이로운 줄타기’를 할 수 있는 선행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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